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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 행위와 이를 집행한 수사와 재판은 ‘불법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오늘(30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기소됐다 풀려난 유모 씨 등 7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는 위헌·무효임이 명백하고 긴급조치 9호 발령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그에 따른 강제 수사와 기소, 유죄 판결의 선고를 통해 현실화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보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해 그 직무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긴급조치 9호의 적용·집행으로 강제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함으로써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긴급조치 9호로 피해를 입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은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이미 패소가 확정된 사람들은 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5년 5월 긴급조치 9호를 발표해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거나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청원·선동·선전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긴급조치 9호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했고, 이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유 씨 등 70여 명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1년 넘게 심리한 끝에 2015년 5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긴급조치 9호에 근거해 수사와 재판을 진행했던 수사관이나 판사가 별도로 불법행위를 저질렀어야만 국가에 배상책임이 생긴다는 결론이었습니다.

2심 역시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원고 청구를 기각했지만,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