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_볼소나리스트는 아내에게 돈을 걸었다_krvip

느림의 미학 _안드로이드 베타 시스템 웹뷰_krvip

⊙앵커: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을 지칭하던 말로 쓰이던 것이 바로 빨리빨리입니다.
이런 빨리빨리 문화속에서 느리다는 것은 어느 새 무능하고 게으르다는 말처럼 여겨지곤 했습니다.
이제 그 느리다는 것이 바쁜 현대생활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하는 새로운 경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윤중경 프로듀서가 소개합니다.
⊙기자: 기술문명의 발달로 사회가 점점 더 급하고 빠르게 변하면서 속도는 어느 새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속도숭배에 대항해 여유로움과 느림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향이 현대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종로의 한 대형 문구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캐릭터 타레판다. 일본어로 늘어져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동물은 한 시간에 3m도 못 가는 초저속 느림보 동물입니다.
지난 12월 수입된 이후 내내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입니다.
이 캐릭터의 특징은 10대 위주의 캐릭터 시장에서 예외적으로 2, 30대에게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캐릭터의 느린 모습이 여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차선아(대학생): 귀엽고 되게 여유롭게 보여요.
여유자작 하잖아요. 그래서 봐도 전혀 조바심 나지 않고...
⊙유현기(대학생): 느리지만 편안해서요, 이걸 고르게 됐어요.
⊙기자: 문화계의 동향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서점가에서도 느림은 새로운 화두입니다.
종로의 한 대형서점, 느리게 산다는 것, 느리게 사는 즐거움 등 느리고 여유로운 생활을 강조하는 인문서적 여러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그중 4권은 인문분야의 책으로는 예외적으로 베스트셀러의 순위까지 올라 있습니다.
현대기술문명을 비판하고 낭만적이고 완만한 삶을 예찬하는 내용을 담은 체코작가 민란 쿤테라의 느림은 이런 흐름의 효시였습니다.
느리게 살고 싶은 욕구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입니다.
⊙오창헌(34살): 제가 한 번 빠르게도 어떤 가보았고 그렇지만 과연 내 마음적인 어떤 갈증은 계속 남아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이 시대가 가지만 자기도 과연 거기에 맞춰서 빠르게 가는 것이 행복인지는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사진과 미술분야에서도 느림은 새로운 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찰나의 시간을 담는 사진분야에서 느리고 정지된 듯한 사진을 즐겨찍는 것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박홍천 씨.
⊙박홍천(사진작가): 30분이고요.
계속 반복해서 여러 컷을 찍기 때문에...
⊙기자: 박 씨의 엘리스에게라는 연작 시리즈에는 서울 근교 놀이공원에서 30분 이상을 노출해 찍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박 씨의 작품은 대부분 느림의 미학에서 시작됩니다.
⊙박홍천(사진작가): 굉장히 어떤 빠른 것이 중요한 그런 시대인데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천천히, 차분하게 우리 주변을 되돌아보자는 의미에서...
⊙기자: 빠르다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던 현대사회에서 게으름과 무능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느림.
그러나 느리다는 것은 이제 삶의 여유를 가져오는 새로운 미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재봉(문화펑론가): 정보화사회의 키워드는 속도입니다.
정신없이 빨려들어가지 말고 자신의 진정한 삶의 이치를 찾아보자는 것, 그것이 바로 느림의 미학, 게으름의 미학의 진정한 뜻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KBS뉴스 윤중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