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집 없어졌고, 닭갈빗집 없어졌고…” 신촌·이대 빈 가게 속출_해적 영화 윌 외눈박이 슬롯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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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임대문의'가 붙어 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조금 더 밑으로 내려가자, 비어있는 또 다른 가게가 보였다. 그 옆엔 장사를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그 가게 옆에는 또 비어있는 가게였다. 한 가게를 두고 양쪽 가게가 모두 문을 닫은 것이다.

이대 정문에 가까이 갈수록 폐업한 가게들이 더 많이 보였다. 1층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층이 비어있는 3층짜리 건물도 있었다.

이대역 3번 출구에서 이대 정문까지 길이는 약 220m 정도인데, 왕복 2차선 도로에 양쪽에 있는 가게만 따져도 10곳 가까이 폐업 상태였다. 도로 안쪽에 있는 골목길들은 따져보지도 않은 숫자다.


■좁은 골목에 나란히 3곳 폐업…"8월부터 빠져"

이대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뻗어있는 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길은 신촌 기차역까지 이어져 있고 길이는 약 260m다.

이곳에서도 왕복 2차선 차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있는 가게들 가운데 폐업한 가게가 여러 곳 보였다. 여기도 폐업, 저기도 폐업이라는 말을 붙여도 과장이 아니었다.

한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골목과 골목이 만나는 삼거리에 폐업 가게 3곳이 몰려 있었다.

근처에서 장사하는 한 업주는 "코로나19 이후에 (가게들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며 "8월 정도부터 (폐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우리도 (매출이) 한 90% 정도 떨어졌다"며 "대학가라서 딴 데보다 더 심하다"고 전했다.


■"건물주들 눈도 깜짝 안 해"

이대 상권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최근 상황을 묻자 중개업자는 "계속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 업자는 "(가게에) 들어올 사람과 나갈 사람이 순환돼야 하는데 전부 나갈 사람이고 들어올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중개업자와 함께 있던 또 다른 중개업자는 "제발 '건물주들 얼마 깎아줬다' 이런 거 방송 내지도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업자는 "(임대료를) 깎아주는 집이 간혹 있긴 한데 그거는 진짜 일부분"이라며 "(가게가) 다 비어서 나가 자빠져있어도 건물주들은 눈도 깜짝 안 한다"고 했다.

임대료 부담은 골목에서 만났던 상인도 지적한 부분이다. "월세를 감당하기도 힘들고, 월세 깎아주는 건물주도 의외로 많진 않다"고 했다.


■신촌 번화가 10층 건물 3개 층 '임대 현수막'

이대와 멀지 않은 신촌 상권도 사정은 비슷했다. 신촌역에서 연세대 앞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차 없는 거리에서도 폐업한 가게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지하에 있는 술집부터 1층에 있는 패션잡화 가게까지, 폐업은 업종과 위치를 가리지 않고 덮쳤다.

차 없는 거리 중간에서 대각선으로 뻗어있는 신촌 명물 거리에는 지하 1층, 지상 10층짜리 대형 건물 중 4·5·6층을 매물로 내놨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12년 동안 일했다는 민영 주차장 관리인은 "맨 처음에 코로나19 생기고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며 "(8월) 광화문 집회 이전에는 조금 조금씩 회복이 되다가 광화문 집회 이후 그냥 내리 후려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리인에게 최근 폐업한 가게들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고 가게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저 건너편에 2층이에요. 한식집 없어졌고요. 저 앞에 육회○○ 없어졌고요. 그다음에 여기 2층 닭갈빗집 없어졌지. 3층 오사카 ○○○ 없어졌지…."


■1억 원 중 5천만 원 날리고 폐업…재기는 6% 불과

이렇게 폐업한 소상공인들은 다시 자영업으로 돌아오기가 어렵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지난 4월 조사한 '소상공인 재기 실태조사'를 보면, 폐업 이후에 재창업을 한 자영업자는 6.3%에 불과했다.

폐업 소상공인 지원 사업인 희망리턴패키지에 지난해 참여한 400명을 조사한 결과다.

만둣가게를 하는 이정우 씨는 폐업 후 재창업을 한 드문 사례에 속하지만, 폐업 과정에서 입은 손해가 상당하다.

지난해 10월 경기 과천시에서 가게를 연 이 씨는 3달 만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과천은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곳이다.

이 씨는 "시내로 사람들이 아예 안 들어왔다"며 "장사가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결국 지난 7월 폐업을 했다. 이후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재래시장에 새로 가게를 열었는데, 이 과정에서 5,000만 원을 손해 봤다.

과천에서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가 300만 원에 가까운 가게를 얻었지만, 시장에선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180만 원짜리 가게를 얻어야 했다.

이 씨는 "건물주들이 월세라도 감안해주면 좋은데 꼬박꼬박 월세는 줘야 하고 장사는 안되고 그런 게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재기 실태조사를 보면 폐업 소상공인은 41.3%가 취업을 했다고 답했고,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사람은 28.3%였다. 경제활동을 포기하거나 은퇴한 사람도 각각 10%, 7.5%였다. 사장님이 되겠다는 꿈이 한 번 꺾이면, 패자부활전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