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허무는 맹렬 여성들 _모자는 돈을 벌어_krvip
⊙앵커: 저희 야외촬영 나가보면 거의 조명을 남성분들이 하는데, 여성 감독 만나면 참 반갑더라고요, 저는.
이제는 여자여서 남자여서 성별 때문에 절대 못 하는 일은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앵커: 남자들의 성역으로 여겼졌던 분야에 당당하게 뛰어들어서 굳게 지키고 있는 맹렬 여성들을 신호균 프로듀서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아침부터 체육관에 들르는 조주현 씨.
국내 유일한 여성 스턴트 연기자입니다.
일상이 온통 액션연기와 운동으로 채워지다 보니 몸 구석구석 멍이 가실 날이 없습니다.
여성 스턴트가 거의 없는 영화계에서 힘 있는 액션을 거침 없이 해내는 조주현 씨의 연기는 주목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조주현(31살/스텐트 우먼):조폭마누라에서는 신은경 씨 원피스 입고 발차기하는 거를 했는데 되게 야했어요, 스커트 찢어서 다리 올려 가지고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게 인상에 남았고요.
⊙기자: 아무나 할 수 없는 스턴트 연기.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해 낸다는 매력에 사로잡힌 지 횟수로 7년째.
그 동안 출연한 영화, 방송 광고만 해도 100여 편에 이릅니다.
이번에는 드라마에서 여형사역을 맡았습니다.
촬영이 시작되자 빠르고 힘있는 남자 연기자들 속에서 특유의 유연성을 발휘해 빈틈없이 해냅니다.
그러나 조주현 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조주현(31살/스턴트 우먼):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도 할 수 있는, 물론 액션도 할 수 있지만 연기자, 액션연기자가 되고 싶고 할 거예요.
⊙기자: 서울의 한 호텔 일식당입니다.
남자 요리사들 틈으로 보이는 김수정 씨.
이 곳에서 유일한 여자 철판 요리사입니다.
남자들이 대부분인 분야에 입문한 지 만 6년째.
처음에는 마음고생도 많았습니다.
⊙김수정(26살/롯데호텔 철판조리사): 여자가 무슨 일을 하겠다고, 그것도 일식에.
이런 반응이 거의여서 섭섭했고 되게 많이 울기도 하고...
⊙기자: 김수정 씨는 손님을 직접 마주대하고 요리하는 것을 철판요리의 매력으로 꼽습니다.
맛은 물론 친절함과 섬세함이 녹아든 그녀만의 철판요리와 분위기로 단골손님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김주옥(27살/안산시 삼호동): 처음에 모르고 왔을 때는 지긋한 주방장 아저씨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젊고 예쁘신 요리사분이 나오셔 가지고 맛도 더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기자: 손님들의 명함을 받으면 손님 취향까지 꼼꼼히 기록해 둡니다.
그녀의 이런 노력으로 여성 철판 요리사를 어색하게 보던 손님들을 모두 단골로 만들며 여성 철판요리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김수정(롯데호텔 철판조리사): 단골손님이 저를 찾아오셨을 때 가장 기쁘죠.
굉장히 오래된 친구가 온 것처럼 가끔 오시지만 꼭 저를...
수정 씨, 오늘 근무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을 뵈었을 때 가장 뿌듯하고 힘이 나요.
⊙기자: 한 드라마 촬영장.
조명기사 황은하 씨입니다.
남자들에게도 힘든 일의 하나인 조명 일을 벌써 5년째 맡아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의 아름다움과 추함 그리고 감정의 미묘함까지 영향을 주는 조명에 빠져 이 일을 시작했지만 한 대당 20kg에 달하는 조명 서너 대를 드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황은하(조명기사): 제가 만약에 일을 못 하게 되면 누군가가 힘들 거예요.
그런데 그것까지 제가 다 보조를 맞춰야 되기 때문에 그게 참 힘든 것 같아요.
⊙기자: 워낙 드라마가 시간에 쫓겨 촬영을 하는 터라 쉬는 시간이 넉넉치 않아 이동하는 동안 잠시 눈을 붙입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다른 스탭들보다 먼저 도착한 조명팀은 미리 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밤 씬을 찍을 때는 낮보다 설치할 조명도 많아 더욱 분주해집니다.
촬영이 시작되자 황은하 씨는 여느 때처럼 위치를 잡고 조명을 밝힙니다.
자신이 좋아 선택한 일이라 거뜬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충일(조명감독): 웬만한 남자보다 더 잘 하고 또 열심히 하니까 제가 굉장히 놀랬어요.
그래서 이게 잠깐 동안 이렇게 할 줄 알았는데 지금 몇 년을 버티는 것 보니까 정말 대단하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황은하(조명기사):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쁜 조명을 하고 싶어요.
나만의 색이 강한 조명을...
⊙기자: 이제는 직업도 성별이 아닌 능력으로 선택하는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직업의 고정관념을 깨는 여성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KBS뉴스 신호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