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개혁 실시한 네덜란드 _포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_krvip

건강보험 개혁 실시한 네덜란드 _빙고는 합법화될 것이다_krvip

<앵커 멘트>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낮은 보장성과 저수가, 재정 위기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제도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 개혁을 통해 많은 성과를 얻고 있는 네덜란드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에 건강보험 개혁을 실시한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매달 2백만 원의 연금으로 생활을 하는 이 노부부는 요즘 뇌졸중 치료비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전체 치료비 960만원 가운데 44%나 되는 420만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각종 검사료와 병실비, 선택 진료비 등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조현순(환자 보호자/12) : "5월 말에 입원해 6월 초에 퇴원했는데 그때도 400만 원이 넘게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3개월 만에 다시 또 그러니까 부담이 많이 되죠." 환자가 이처럼 많은 진료비를 내야 하는 것은 전체 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이 선진국보다 10% 가량 낮은 64%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지난 2003년 59%에서 지난해 64%로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장성을 더 높이려면 돈이 더 들 수밖에 없고, 결국은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은 어려워 질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내년부터 매일 60억원씩 적자가 발생해 2010년엔 누적적자가 3조7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위기상황입니다. <인터뷰> 조우현(연세의대 예방의학과/30) : "인구 노령화에 따른 의료 이용의 증가, 만성질환의 증가, 새로운 의료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비용 부담, 이런 것들이 건보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수입 면에서 건보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어려워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위기에 직면한 우리 의료보험 체계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없는 것일까? 풍차의 기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자영업을 하는 30대 후반의 고퍼 씨는 두 아이와 함께 암스테르담 교외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 고퍼씨는 지난해 자신이 가입한 의료보험사를 바꿨습니다. 서비스는 비슷하지만, 건강보험료가 15%가량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매달 5만원 가량을 절약하고 고퍼씨는 지금도 가격이 더 싼 보험회사가 있다면 또 옮길 생각이 있습니다. <인터뷰> 고퍼(네덜란드 암스테르담/7) : "네덜란드에는 의료보험사가 많아 제공하는 서비스가 각각 다릅니다. 이것을 모두 점검해 보험회사를 선택하죠."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건강보험 체계가 지난 2006년에 크게 바뀌었기 문입니다. 국민들이 직접 가입하는 보험회사는 민간에 맡기는 대신 서로 경쟁하도록 했고 정부는 이런 민영 보험회사들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맡는 식입니다. 자동차보험처럼 국민 모두가 의무적으로 가입은 해야 하지만, 보험회사와 상품은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네덜란드 방식의 제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입자가 특정 보험회사를 선택하면 보험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고, 저소득층의 보험료는 국가가 대신 내줍니다. <인터뷰> 부르(건강보험공단 이사/16) : "건강보험공단은 민영의료보험사가 보장해야 하는 항목들에 대해 조언을 하고, 보험사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장 항목들을 따라야 합니다." 국가가 의료보장을 책임지는 사회보험 체제지만,그 운영은 시장경제 방식인 셈입니다. <인터뷰>아이덴버그(보건복지부부대변인/26) : "먼저 고령화와 첨단 의료기술의 도입으로 의료비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건강보험 개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의료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개혁을 했습니다." 건강보험이 개혁된 뒤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330만 명의 가입자를 둔 한 민간의료보험회사의 콜센터입니다. 50 여명의 직원들이 병원에 대한 정보 등 고객들의 궁금증에 대해 상담을 해줍니다. <인터뷰> 에리카(민영의료보험회 콜센터/11) : "예컨대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데 4-5개월 기다려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대기시간이 더 짧은 다른 병원을 찾아줄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들은 이처럼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며 치열한 고객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누구든 이메일 한통이면 얼마든지 보험사를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건강보험 개혁 첫 해에만 네덜란드 국민의 18%가 보험회사를 바꿨습니다. 고객 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보험사는 곧바로 없어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반로이(민영보험연합회 부회장/11) : "보험사 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30-35개나 되던 민영의료보험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13개로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보험료를 적정선으로 내릴 뿐만 아니라 경쟁적으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네덜란드 아폴론 시에 있는 한 헬스클럽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이 에어로빅과 피트니스 등 각종 운동을 통해 쌓인 피로를 풀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특정 민영의료보험사에 가입한 고객들입니다. 보험회사가 이 헬스클럽과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로(헬스클럽 회원) : "의료보험사가 헬스클럽 회원비의 20%를 부담합니다." <인터뷰> 얀(헬스클럽 회원) : "보험회사로부터 헬스클럽 할인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여기에 옵니다. 게다가 콜레스테롤이 적게 들어간 음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 회사도 있고 혈압계 등 가정용 의료기기의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인터뷰> 타마라(아키미아 직원/12) : "운동화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도 할인혜택을 줍니다.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할 수 있도록 건강검진에도 혜택을 주구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헬스기구를 빌려주는 곳입니다. 이곳 역시 특정 의료보험사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무료로 헬스기구를 빌려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리크(헬스기구 대여 담당자/13) : "건강한 사람들이 집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밖에 나가거나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3개월에 한 번씩 헬스 기구를 바꿀 수 있고, 고장이 나면 새것으로 교체해 줍니다." 네덜란드 보험회사가 예방활동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유는 질병을 예방해 치료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섭니다. 실제로 건강보험 개혁 이후 의료비 상승이 매년 8%에서 3%로 줄었습니다. 250명의 전문의가 있는 800 병상 규모의 한 병원입니다. 이 병원은 건강보험 개혁 이전엔 굳이 서비스 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었습니다. 진료한 환자 숫자대로 정부와 보험회사에서 진료비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의료보험 개혁 이후 보험회사는 수술 성적과 의료 사고 건수 등 의료의 질을 근거로 병원과 진료비 협상을 벌입니다. <인터뷰> 바이방크(예룬보스병원 직원/16) : "전에는 무엇을 하든 일정액을 지급받았습니다만, 지금은 80%만 예전처럼 받습니다. 나머지 20%는 보험회사와의 협상을 통해 지급액이 정해집니다. 게다가 환자의 불만이 많으면 보험회사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할 수 도 있기 때문에 병원들은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기위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리어스(민영의료보험사 대표/19) : "마지막 방법은 병원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죠.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우리 보험회사가 왜 나쁜 의사나 병원과 계약을 맺어야 합니까?" 개원만 하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면서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우리나라 병원 현실과는 전혀 다른 셈입니다. 5만 8천 명의 당뇨 환자가 가입해 있는 네덜란드 당뇨환자협회입니다. 이 협회에선 회원들을 위해 보험회사나 제약회사 등과 집단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 치료에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집단계약 제도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인터뷰> 브루흐(당뇨환자협회장/14) : "지금은 보험사가 혈당검사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데, 앞으로 전부 부담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뇨 발 치료비용도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노력하고 있구요." 단체계약을 하면 보험료가 15%까지 할인됩니다. 이 때문에 전 국민의 57%가 단체 계약을 맺고 있을 만큼 환자 단체의 영향력이 커졌습니다. 네덜란드가 건강보험에 경쟁체제를 도입할 수 있었던 바탕엔 튼튼한 공공의료제도가 있습니다. 치매와 같은 중증질환을 국가가 철저히 보장해주기 때문에 시장원리 도입으로 인한 의료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오른쪽 다리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70대 여성입니다. 연금 이외엔 마땅한 수입이 없지만, 치료비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스타이븐베르흐(인공관절 수술/7) : "요양원에 7주간 입원하고 있지만, 돈 걱정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다 내주니까요." 네덜란드에선 소득의 13%를 조세처럼 징수해 이처럼 장기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씁니다. 고액의 치료비가 드는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렇게 보장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민영 의료보험회사들은 굳이 가입자를 가려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처럼 효율적이면서도 탄탄한 네덜란드의 의료 보장 체계는 건강보험료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비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건강보험의 저수가와 낮은 보장성, 재정위기 등으로 의료소비자와 공급자 모두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네덜란드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