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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감사원은 한국 농어촌 공사에대한 감사결과를 내놨다.

농어촌 공사 본사와 7개 지역본부, 기술안전품질원 등을 대상으로 한 감사결과 9개 기관 직원 20여명이 가짜 근로자 명단을 만들어 3억 9천여만 원의 인건비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친척과 학교후배, 동호회 회원까지 270여명을 동원해 통장을 만들게 한 뒤 들어온 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인건비를 착복해오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연관기사] ☞ 농어촌공사의 ‘유령 인부’들과 사라진 3억여 원

이뿐만이 아니다. 퇴직자에게 계약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수억 원을 받아 아파트 분양대금과 승용차를 산 직원이 적발됐는가하면 국가 보조금 횡령사례는 연중행사가 됐다. 지난 3년간 특정 인맥을 통해 특채한 인력만 5백 여 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건비 빼돌리기는 연례행사

지난 2015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지하수 현장조사 업무와 관련, 일하지 않은 8명을 인부로 등록한 후 타인명의의 2개 계좌를 이용해 인건비 1억20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인건비 빼먹기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조직 전반에 걸쳐 상습적으로 장기간 진행돼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장 인부 채용이나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어촌공사는 2년마다 경남본부 등을 대상으로 자체감사를 실시하고도 당시 이 같은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

급기야 매관매직까지...

지난 2014년 1월, 충남 지방 경찰청은 승진시험을 앞두고 외부 출제기관 담당자와 결탁해 시험문제를 빼내 응시자에게 알려주고 돈을 주고받은 농어촌 공사의 매관매직사건 전모를 발표했다. 검거된 인원만 30여명, 오고간 돈은 무려 3억 천여만 원에 달한다.

지난 2014년 1월에는 2008년, 2010년, 2011년 3차례에 걸쳐 내부 승진시험의 문제를 빼돌려 돈을 받고 거래한 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사진은 당시 충남지방경찰청 조대현 수사2계장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 연합)

“술을 끊었다고 소문을 내고 공부하는 척 하라“

경찰수사결과 농어촌 공사의 매관매직 비리는 십 수 년 전부터 계속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2003년부터 10년 동안 뒷돈을 주고 부정합격한 사람만 50여 명. 문제를 빼돌리고 받은 돈은 6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리가 불가능한 사례를 제외하다보니 규모가 줄어든 것.

이들은 돈을 낸 응시자들에게 "3~6개월만 술을 끊었다고 소문을 내고 가방들고 출퇴근하며 공부하는 척을 하라"고 귀뜸하는가하면 "만점을 받으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한두 개는 틀리라"는 조언까지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공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부정 승진 시험비리가 터지자 농어촌 공사는 비리 관련자 전원을 파면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승진 시험의 단계적 폐지 등 인사제도 혁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 (사진 연합)

빠질 수 없는 메뉴…'방만 경영'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농어촌공사의 방만한 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국회 더불어 민주당 황주홍 의원이 밝힌 국감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공사가 지난해 10월 나주로 이전하면서도 사장의 관사를 화순군에 별도로 건립했다. 부지를 포함한 관사의 면적은 181평으로 건립비용으로 모두 3억 6,500만 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 농어촌공사 나주 관사 방만 경영 관련 자료

문제는 나주로 이전한 다른 공공기관들이 임대아파트나 아파트 전·월세를 얻은 것과는 달리 농어촌공사만 별도로 통 크게 관사를 지어 논란이 된 것. 돈이 남아 짓는다면 그것이 한옥이든 양옥이든 누가 탓하랴? 농어촌공사는 각종 규제에 묶여 활용가치가 낮은 땅을 사느라 발행한 채권 탓에 수백억 원의 이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총 자본이 1조 8천억 원대인 농어촌 공사의 지난해 1분기 부채는 7조 6천여억 원. 부채비율이 4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기관장 월급은 오른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최근 내놓은 공공기관 기관장의 연봉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청렴도 평가등급으로 2013년 5등급(매우 미흡), 2014년 4등급(미흡)을 받고 최근 3년간 부채도 매년 증가했지만 기관장과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해마다 상승했다.

☞ 공공기관 기관장 연봉 조사 결과 자료

한국농어촌공사의 최초 전신은 지난 1908년 수리조합이다. 사진은 지난2015년 12월 8일 한국농어촌공사 창립 107주년 기념식(사진 연합)

한국농어촌 공사는 지난 2000년 농지개량조합과 농지개량조합 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 등 3사가 통합돼 농업기반공사로 출범해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렀다.

통합 당시 인원은 농지개량조합 4천여 명, 농지개량조합 연합회 800여명, 농어촌 진흥공사 2천여 명. 상대적으로 수적 열세였던 일부 농연 출신들이 세를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승진시험문제를 빼내고 부정합격 비리에 발을 담근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

과연 달라질까?

농어촌의 경제, 사회적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기관이 세 불리기의 각축장으로 변질돼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어촌 공사 비리 적발을 계기로 산하기관의 자체 감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비리를 뿌리 뽑으라는 주무부처 장관(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주문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응은 냉랭하다. 조직 문화와 관행 등으로 얽히고설킨 기관의 자체감사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두겠냐는 것이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최근 법질서 관계장관회의에서 "양농불위 수한불경(良農不爲 水旱不耕)을 언급했다. 훌륭한 농부는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어도 농사를 그만두지 않는다는 말이라며 정부는 법질서를 세우는 게 경제 재도약과 사회통합의 근간임을 인식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법질서를 해치는 부정부패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는 과연 어느 정도 수확을 거둘까? 감사원은 이번에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농어촌공사사장에 대해 '엄중 주의'를 촉구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했다.

산하기관의 비리가 계속된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관리의 책임이 있는 주무부처가 할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비리를 보고도 눈감아주는 뿌리 깊은 관행이 계속되는 한 개혁을 논할 수 없다. 비리를 차단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한다. 더 이상 윤리경영이나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말로 코앞에 닥친 위기를 넘기려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