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에 고성”…대학병원 의사 ‘갑질’ 논란 파장_내기 블레이저_krvip

“폭언에 고성”…대학병원 의사 ‘갑질’ 논란 파장_빙고 확인용 스프레드시트_krvip


■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무슨 일이?

태어난 지 한 달 채 안 된 어린아이를 살려내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사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 모두 촌각을 다투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대학병원에서 교수 2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3년 사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간호사 수십 명의 기록은 신생아 중환자실 내부 메인 컴퓨터에 차곡차곡 쌓여있었습니다.


갑질 일지에 따르면, 두 의사는 간호사들에게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언어 폭력뿐만 아니라 '손을 치는' 폭력도 발생했습니다.

'괴롭힘' 상황을 목격한 C 간호사도 KBS에 괴롭힘이 벌어졌던 날들의 상황을 토로했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실 내부에서, 의료행위를 하고 있었어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B 교수가 소리를 지르면서, "하지 마시라고요!"라고 고성을 내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어요."

"작년 12월쯤, B 교수는 같이 일하는 간호사한테 볼 때마다 '자기가 싫어하는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인신 공격을 했어요."

-C 간호사-

C 간호사는 병원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며, 다른 간호사들도 무척 힘들어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교수들이 제멋대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아기한테 안 좋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덧붙였습니다.

■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받는 '갑질 교수'를 고발하다

견디다 못한 간호사 20여 명은 지난 5월 대학 총장실에 의사 2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설문지를 제출했습니다.

해당 설문지 앞면에 "분리조치를 해달라"는 자필로 쓴 문구도 함께 제출됐습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고발'이 시작됐음에도, 한 달이 지나도 병원 측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습니다.


결국, 정년을 앞두고 있던 D 간호사가 퇴직 직전 '폭력방지위원회'에 간호사 수십여명이 3년여간 작성한 갑질 일지를 전달하며 조사를 의뢰했고, 그제서야, 병원 측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 '폭력위원회' 개최했지만…"증거 없다"

병원 내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졌을까요?


대학병원은 두 번의 조사 끝에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해당 의혹에 대해 A 교수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병원 측은 KBS에 "절차대로 적법하게 조사했지만, 관련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폭력방지위원회에 참여했던 노무사는 "중요한 증인들은 아예 출석시키지도 않았다"며 "병원 측이 피해자가 제공한 증거 외에 다른 증거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병원 측이 객관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 76조의 3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해당 노무사는 간호사 측의 조력 노무사며 정식위원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병원 측은 "관련자 전수조사 및 증거조사를 통해 절차대로 적법하게 조사하였고, 재심까지 거쳤으나 관련 증거가 없어 ‘혐의 없음’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한 간호사 감사 착수

병원 측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혐의없음'으로 나온 직후, 되려 간호사들은 감사를 받았습니다.

간호사들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병원이 간호사들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겁니다.

감사를 의뢰한 건, 소아과의 과장이었습니다.


소아과 과장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이뤄졌던 '폭력방지위원회' 건의 내용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설문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 ② 설문 답변의 조작 여부 ③ 대학 측과 언론에 직장 내 괴롭힘 설문지가 전달된 경위에 대해서 병원 측에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후 대학병원은 간호사에 대해 실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소아과 과장에게 KBS 취재진이 "왜 감사를 의뢰했냐"고 묻자, "진짜로 교수들이 갑질을 했는지를 알아야했다"며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해 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 '갑질 의혹 교수' 전임교수로 채용?… 원장 "성인군자 뽑는 것 아냐"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해당과의 다른 의사들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병원 측이 아직 임상교수인 A 교수를 올해 전임 교수로 채용할 수 있다고 전하자, 소아과 교수들은 병원장에게 "A 교수와 동료 교수가 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병원장과 간담회도 가졌는데, 여기서 돌아온 병원장 대답은 '갑질 의혹'이 채용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말뿐이었습니다.

"(A 교수가) 간호사 이렇게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라든지 얘기는 해봤는데 전임 취업 신청 못 할 정도로...(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인군자를 뽑는 게 아니에요. 돈 벌 사람을 지금 뽑는 것이거든요. 병원장 입장은 그래요. 그래서 지금 소아과 내에 계신 교수님이랑 입장 차가 조금 날 수는 있다는 건데"

-병원장-소아과 교수들의 간담회 중 (2023년 6월)-

그리고 지난 달 결국 병원 측은 A 교수의 논문점수가 채용 기준 점수에 미달됐음에도 1차로 합격시켰습니다.

해당 교수가 1차 채용된 게 맞냐는 KBS 질의에 병원 관계자는 "1차 조건부 합격한 게 맞다"면서 "충분히 채용할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병원 측은 "내부심의회 위원의 전원 동의 하에 A 교수가 1단계 심사에 통과한 것"이라며 "현재 병원 측으로 접수된 소아과 내부 교수의 반대 의견은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 ' 갑질' 신고한지 반년…노동청은 석 달째 '조사 진행 중'


이렇게 간호사들이 갑질 의혹을 제기한 지는 반년이 다 되어갑니다.

가해 교수로 지목된 A 교수는 1차 채용까지 합격한 상태, 전임교수 채용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병원 폭력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간호사는, 지난 8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신고를 했습니다.

이후 석 달이 지난 지금, 노동청에서도 '이렇다 할'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 피해 간호사들만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 뿐입니다.

촬영기자: 허수곤
그래픽: 권세라